대한민국은 충치 공화국관리자ㅣ2016.03.18ㅣ1046
치과에 대한 기억은 그리 즐겁지 않다. 이빨이 아파서 고통을 참지 못해 방바닥을 뒹굴어도 죽어도 가기 싫은 곳이 바로 치과였다. 커다란 집게와 칼 그리고 송곳처럼 생긴 치료 기구를 눈앞에서 입 안에 집어넣으니 그 기억이 과히 유쾌할 리 만무하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치과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아쉽게도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충치 공화국이다. 보건복지부가 2007년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 열 명 중 일곱 명이 잇몸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천만 인구 중 약 4천만 명이 잇몸병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잇몸병은 나이가 많을수록, 흡연자일수록 더욱 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잇몸병은 62%로 평균수치보다 조금 낮았지만, 60대는 88.5%로 평균을 가볍게 넘어선다. 특히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보다 잇몸병 유병률이 16%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른들의 치아가 엉망인데 아이들이라고 별 다르겠는가. 우리나라 어린이 1인당 충치 개수는 세계 평균의 2배를 넘어섰다. OECD 회원국의 12세 어린이들 영구 치아 충치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한민국은 1인 평균 3.3개로 세계 평균 1.6개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 호주, 네덜란드, 영국 등 치아 관리 선진국과 비교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잇몸도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영구치아 개수는 2000년 16.3개였지만, 2003년에는 12.1개로 급격히 감소했다. 최근 들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80세 이상 노인의 경우, 영구치아 숫자가 10개 미만인데, 이들 중 90%가 충치와 잇몸병으로 인해 뽑은 것이다. 이는 잇몸 관리가 조기에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80이 되어서도 20개의 튼튼한 이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복 중 하나로 꼽히는 치아 건강도 제때 관리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 대한민국은 충치 공화국
대한민국 충치와 잇몸질환 환자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음식물 섭취 방식의 변화다. 설탕 소비량이 늘어났고, 탄산음료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이런 음식물 섭취 환경 변화는 선진국에도 없었을까? 대부분 동일한 문제점을 겪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는 성인식 선물로 틀니가 유행했던 시절도 있었다. 늘어나는 충치로 고민하지 말고 모든 이빨을 뽑고 틀니로 바꾸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영구치아의 중요성을 몰랐던 시절 이야기다.
대한민국은 늘어나는 충치에 대해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선진국은 치아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예방정책을 실시했다. 이 결과 선진국 치과 환자는 80% 이상 감소한 반면, 대한민국의 치과 환자는 1978년 대비 5배나 증가했다. 대한민국의 치아보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잇몸병 예방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대부분 사후약방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치아 관리만 할 뿐 잇몸 관리에는 무심하다는 것이다. 썩은 치아를 뽑고 인공치아를 심지만, 잇몸건강을 위해서 필수인 신경치료나 스케일링에는 무관심하다.
- 이빨, 열심히 닦았는데 왜 이런 결과가
칫솔질은 치아 건강에 해로운 세균을 제거하는 가장 중요한 예방 작업이다. 칫솔질로 대부분의 세균들이 제거되지만, 모든 세균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닦아내지 못한 세균이 치아 사이에 오랜 기간 축적된 후 침에 있는 무기질이 결합해 딱딱하게 되는데 이것이 치석이다. 치석은 치주부분까지 세균이 잘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개인이 닦아내지 못한 세균과 치석을 치과에서 주기적으로 닦아낼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스케일링과 잇몸치료다. 잇몸 관리를 위해서는 스케일링이 필수인데 사람들의 인식은 치아관리를 위한 선택 사항으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다. 잇몸 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스케일링이 보험 항목이 되어야 한다.
잇몸병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무관심이다. 치아가 약간씩 아프고 피가 조금씩 나오는 상황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잇몸병을 키우는 잘못된 습관이다. 며칠 지나면 불편함과 아픈 증상이 사그라진다. 이런 증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사이 치주 골이 녹기 시작한다. 병원을 찾아온 후에 치료를 받아도 손상된 조직은 피부처럼 재생되지 않는다. 파괴된 이후에는 현상 유지가 최상이다. 대한민국의 치아건강을 위해서는 치과와 친해지려는 노력이 필수다.
- 왜 신경치료가 중요한지
인공치아 보다 영구 치아가 좋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임플란트 열풍으로 영구 치아를 살리기 위한 노력들이 많이 사라졌다. 영구 치아를 살리기 위해서는 신경치료가 가장 중요한데, 안타까운 것은 일반 치과에서 신경 치료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병원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현실이다. 그러니 간단하고, 경제성이 좋은 인공치아 시술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잇몸병 예방의 근간이 신경치료인데, 현재 치과에서 취급이 가장 소홀한 부분이 신경치료다.
신경치료를 했다고 상황이 크게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아픔이 사라졌다는 정도다. 이미 손상된 조직은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현상유지가 가장 중요한데 가시적인 결과물이 없으니 환자들이 신경치료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만성 잇몸병의 경우 아픔도 없이 서서히 진행된다. 아프지 않지만 이미 치아 밑은 썩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병원에서 정기적인 검진을 받지 않고서는 환자가 알 수가 없다.
고름이 치아를 받쳐주는 치주 골을 녹이기 때문에 원인을 제거해야한다. 문제는 잇몸 신경은 대단히 복잡하기 때문에 신경치료를 여러 번으로 나누어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아를 많이 뽑으면 기억력에 장애가 생긴다는 스웨덴 임상실험 보고서가 있을 정도로 치아신경은 뇌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부분이 많다. 그러니 치료가 더딜 수밖에 없고, 치료가 끝나도 이미 망가진 조직은 그대로일 수밖에 없다. 치료를 해도 그대로라는 불평만 높으니 이래서 신경치료가 힘들다. 하지만 신경치료가 치아 관리의 핵심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 ‘신경치료는 아프다’ 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예전에는 마취제 수준이 떨어져 고통을 많이 느꼈다. 그러나 최근 마취제 성능이 좋아져 마취 주사 맞을 때를 제외하고 치료 과정에서 아픔을 느낄 수 없다. 신경치료가 아프다는 선입견은 치아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잇몸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빨리 치과를 찾아오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