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이 강한 암관리자ㅣ2016.04.22ㅣ1016
지난해 5월, 미국 대표 일간신문인 ‘뉴욕타임즈’에 세계적인 여배우 안젤리나 졸 리가 쓴 ‘나의 의학적 선택’이라는 칼럼이 실려 화제가 됐습니다.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멀쩡한 유방을 절제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암과 유전성에 대한 질문들을 종종 받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암은 유전병은 아닙니다만, 일부 암의 경우 유전자 변이를 부모로부터 물려받게 됨으로써 암이 발생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암의 가족력과 유전성을 혼동하기 쉬운데, 가족력은 유전자 변이와는 관계없이 가계에 암환자가 한 명 이상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암의 가족력은 유전성인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암의 가족력 대부분은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생활습관이나 음식패턴과 같은 후천적인 요인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유전성이 강한 암으로 대표적인 것이 유전성대장암과 유전성유방암입니다.
○ 대장암
전체 대장암의 약 15% 정도가 유전적 소인과 관계가 있습니다. 특히 가족성 다발성 용종증(FAP; 전체 대장암의 1%)과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 (HNCPP; 전체 대장암의 5~10%)은 대표적인 유전성 대장암입니다. FAP는 대장 전체에 수백~수천 개의 용종이 있는 병으로, 성인이 되면 100% 암이 생기기 때문에 25세 이전에 전대장절제술이 필요합니다. HNCPP는 가계 내에 3명 이상(1명 이상의 직계가족), 2대에 걸친 가족력이 있는 경우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은 80%이므로, 20~25세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 유방암
일반적으로 유방암 환자의 약 20~30%에서 가족력이 발견됩니다. 일반적으로 유방암의 고위험군은 어머니나 자매 중 유방암의 가족력, 한쪽 유방에 유방암이 있던 사람, 출산경험이 없는 사람, 비만하거나 동물성 지방을 과잉 섭취하는 사람, 장기간 호르몬의 자극을 받은 사람(이른 초경, 늦은 폐경, 폐경 후 장기적인 여성호르몬 투여 등), 가슴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았거나 핵폭탄에 노출된 경험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발생하는 전체 유방암 환자 중 약 5~10%의 환자가 유전성유방암입니다. 이를 일으키는 유전자로 BRCA-1과 BRCA-2 돌연변이가 중요한데, 특히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유방암, 난소암에 이 유전자가 관여합니다.
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정기검진을 열심히 받아서 암 예방과 조기발견에 힘쓴다면 오히려 완치 가능성이 높을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유전성 암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암 가족력에서 모두 권고되는 것은 아니며, 비용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는 유전성 암이 강력히 의심되는 경우는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검사 및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처럼, BRCA-1/BRCA-2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 사람들에게서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생길 확률이 높지만, 이 유전자 변이가 있다고 해서 예방적으로 유방절제술 및 난소절제술을 하는 것에는 아직도 논란이 많습니다.